지면접촉시간 줄이는 법, 밀지 말고 튕겨라

러닝 점핑과 아킬레스건 탄성

지난 글에서 좋은 착지란 다리를 뻗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려오면서 발이 가볍게 지면을 치고 나가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착지는 감속하며 끝나지 않고 도약(토오프, Toe-off)에서 일어나는 점핑으로 연결된다. 이는 시계에 기록된 지면접촉시간(Ground Contact Time, GCT)과 체공시간(Flight Time)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숫자들은 결과만 보여 줄 뿐 그 사이 발목과 종아리가 무엇을 하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초보 러너는 GCT를 줄이고 케이던스(1분당 걸음 수, spm)를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발을 빨리 떼라는 조언을 종종 듣게 된다. 이 말은 다리를 빨리 움직이라는 뜻으로 들리기 쉽다. 하지만 다리를 빨리 움직이는 것과 발을 땅에서 빨리 떼는 것은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같지 않다. 둘의 차이는 발이 땅에 닿은 후 튕겨 나가기까지의 짧은 순간 다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있다. 이 글에서는 그 과정을 살펴보고, 케이던스만 올려 달린 기록과 같은 케이던스에서 착지 이후의 방식을 바꾼 기록을 비교하여 발을 빨리 떼라는 조언이 실제로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정리하고자 한다.

점핑은 착지에서 저장된 탄성에너지가 도약에서 방출되는 과정이다

발이 땅에 닿아 있는 그 짧은 순간, 다리 안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먼저 발볼이 지면에 닿고 뒤꿈치가 내려앉는 동안 정강이는 앞으로 기울어지고 발목이 접힌다(배측굴곡). 이때 떨어지던 몸의 무게가 실리면서 종아리 근육과 발꿈치뼈를 잇는 힘줄인 아킬레스건이 늘어난다. 몸이 발 위를 지나가고 발목이 다시 펴지는 도약의 순간, 늘어났던 건은 원래 길이로 돌아오면서 착지에서 받았던 에너지를 다시 내놓는다. 무릎 주변의 힘줄과 발바닥의 아치도 이렇게 늘었다 되돌아오며 탄성을 나누어 맡지만, 이 글에서는 아킬레스건을 중심으로 본다. 다리를 스프링으로 본다면 착지는 스프링이 눌리는 구간이고 도약은 눌렸던 스프링이 복원되는 구간이다.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은 한 줄로 이어져 있어 둘에 걸리는 힘이 같고, 건은 그 힘이 클수록 많이 늘어난다. 따라서 건이 충분히 늘어나기 위해서 떨어지는 몸의 무게를 근육이 그 자리에서 버텨 주어야 하고, 근육이 버티지 못하고 밀려 길어지면 힘이 덜 가해져 건이 당겨지는 정도가 작아진다. 이렇게 충분히 늘어나지 못한 건은 탄성에너지를 적게 저장한다. 결국, 도약에서 되돌려 주는 힘도 작아진다. 착지에서 종아리 근육이 해야 하는 일은 지면을 미는 것이 아니라 길이를 지키며 버티는 것이다.

종아리와 발을 옆에서 본 3D 해부 그림 세 장. 발볼이 처음 닿는 순간, 뒤꿈치가 바닥까지 내려앉아 정강이가 앞으로 기울고 발목이 접힌 순간, 뒤꿈치가 들리며 발목이 펴지는 도약의 순간이다. 비복근과 가자미근의 길이는 세 장면에서 같고, 아킬레스건만 두 번째 장면에서 늘어났다가 도약의 순간 원래 길이로 되돌아온다.
그림 1 처음 닿는 순간, 뒤꿈치가 내려앉은 순간, 도약의 순간에 발목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아킬레스건의 길이. 비복근과 가자미근의 길이는 세 장면에서 같다. (3D 모델: Z-Anatomy, BodyParts3D 기반, CC BY-SA 4.0 · 이 그림도 CC BY-SA 4.0)

걷는 속도에서부터 1km 3분 20초 페이스의 달리기까지 종아리 근육(가자미근)의 변화를 초음파로 관찰한 연구는 근육의 길이는 속도와 관계없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달리기 중 실제 길이 변화는 주로 건에서 관찰되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근육은 더 강하게 힘을 내며 버티고, 건은 더 많이 늘었다가 원래 길이로 되돌아왔다[1]. 점핑은 도약의 순간에 새로 만드는 동작이 아니고, 체공시간은 도약 전까지 저장된 에너지가 어떻게 되돌아오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걸음을 잘게 끊으면 몸은 더 낮은 각도로 지면을 떠난다

도약에서 원래 길이로 돌아오는 건은 저장했던 에너지로 몸을 앞과 위로 밀어낸다. 땅을 떠나는 순간의 몸의 속도를 앞으로 가는 수평 속도와 위로 가는 수직 속도로 나누었을 때 두 속도의 비율이 몸이 땅을 떠나는 각도인 발사각이다. 수평 속도는 그날의 페이스로 거의 정해져 있으므로 같은 페이스에서 몸이 얼마나 오래 떠 있을지와 그동안 얼마나 멀리 나아갈지는 수직 속도에 달려 있다.

왼쪽은 땅을 떠나는 순간의 몸의 속도를 수평 속도와 수직 속도로 나눈 그림으로, 수평 속도는 그날의 페이스로 거의 정해지고 발사각은 수직 속도와 수평 속도의 비율이다. 오른쪽은 케이던스 실험의 두 궤적이다. 평소 175spm은 발사각 9.0°로 떠나 약 10mm 떠올랐고 비행거리 0.25m, 체공시간 89ms였다. 케이던스를 183spm으로 올리자 발사각 7.3°로 약 7mm 떠올랐고 비행거리 0.20m, 체공시간 73ms였다. 수평 속도는 초속 2.75m와 2.79m로 거의 같고, 수직 속도가 초속 0.44m에서 0.36m로 줄었다.
그림 2 땅을 떠나는 순간의 속도를 수평 속도와 수직 속도로 나눈 그림(왼쪽)과, 케이던스 실험의 두 발사각(9.0°, 7.3°)으로 계산한 궤적(오른쪽)

발을 빨리 떼라는 말을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라는 뜻으로 잘못 받아들이면 케이던스를 올리게 된다. 보통 나는 6분대 페이스에서 약 175spm의 케이던스로 달린다. 이를 183spm으로 증가시켰을 때 GCT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체공시간만 89.1ms에서 72.7ms로 감소하였다. 수직 속도도 작아져 발사각이 약 9.0°에서 7.3°로 낮아졌다. 몸은 낮은 각도로 떠올라 공중에 짧게 머물렀고, 그동안 나아간 비행거리도 약 0.25m에서 0.20m로 줄었다. 다시 말해, 보폭을 잘게 끊어 낮게 달리게 될 뿐 발이 땅을 딛고 떠나는 동작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실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 케이던스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 탄성을 살리지 못하고 효과적인 점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케이던스 실험에서 한 걸음에 나아간 거리를 땅을 딛는 동안 나아간 거리와 비행거리로 나눈 가로 막대 두 개. 땅을 딛는 동안 나아간 거리는 평소 0.70m, 케이던스를 올렸을 때 0.71m로 거의 같다. 비행거리가 0.25m에서 0.20m로 줄어 한 걸음은 0.94m에서 0.92m로 짧아졌고, 발사각은 9.0°에서 7.3°로 낮아졌다.
그림 3 케이던스 실험에서 한 걸음에 나아간 거리를 땅을 딛는 동안 나아간 거리와 비행거리로 나눈 비교

같은 케이던스에서 탄성을 살리면 GCT가 준 만큼 체공시간이 는다

그렇다면 탄성을 살리는 효과적인 점핑이 동반된 달리기와 그렇지 못한 달리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케이던스를 유지한 채 달리는 방식만 바꾼 폼 실험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이 실험에서는 같은 페이스에서 서로 다른 폼으로 달린 기록을 비교하였다. 하나는 탄성을 살려 점핑에 집중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수직진폭(Vertical Oscillation, VO)을 최대한 제한하기 위해 몸의 중심을 낮춰 달리는 방식이다.

표 1 같은 케이던스에서 두 방식의 차이(점핑에 집중한 방식 − 몸의 중심을 낮춘 방식)

지표차이
GCT11.9ms 감소
체공시간약 12ms 증가
VO3~4mm 증가(그중 체공 몫 약 2.5mm)
발사각약 1° 증가
평균 힘(계산값)약 5% 증가

점핑에 집중하였을 때는 몸의 중심을 낮춰 달릴 때보다 GCT가 11.9ms 감소하였다. 케이던스가 같으므로 체공시간은 GCT가 줄어든 만큼 늘어났다. VO도 점핑에 집중한 방식이 3~4mm 높았다. 발사각도 매번 약 1° 높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증가한 VO의 대부분은 체공시간이 늘어난 결과이다. (VO를 따로 판단하는 법은 수직진폭 글에 정리해 두었다.)

폼 실험에서 걸음당 시간 343ms를 GCT와 체공시간으로 나눈 가로 막대 두 개. 케이던스가 같아 두 막대의 전체 길이는 같고, 점핑에 집중한 방식은 몸의 중심을 낮춘 방식보다 GCT가 11.9ms 짧은 만큼 체공시간이 길다. 반복한 세 번의 비교에서 차이는 모두 12ms 안팎이었다.
그림 4 폼 실험에서 걸음당 시간을 GCT와 체공시간으로 나눈 비교. 점핑에 집중한 방식은 GCT가 11.9ms 짧은 만큼 체공시간이 길다

GCT가 감소한 것은 지면에 가한 힘이 달라졌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케이던스가 같다면 착지 과정에서 떨어지는 몸을 다시 띄워야 하는 정도는 같다. 점핑에 집중한 방식은 이를 더 짧은 접지 동안 해내야 하기 때문에 지면에 더 큰 힘을 가하였다. GCT와 케이던스를 이용하여 계산하면 접지 중 평균 힘은 약 5% 큰 것으로 나온다. 즉, 탄성을 살린 접지가 착지에서 받은 것을 짧고 큰 힘으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이 결과를 종합하면, 같은 케이던스에서 점핑에 집중할 때 착지는 더 짧고 강해진다. 짧은 접지 동안 더 큰 힘을 되돌려 받은 몸은 더 큰 수직 속도로 땅을 떠나고, 수평 속도는 그대로이므로 발사각이 높아지고 체공시간과 VO가 함께 증가한다. 케이던스가 같으니 GCT에서 줄어든 만큼이 체공시간으로 옮겨 간 것이고, 이는 착지에서 건에 저장한 탄성에너지가 도약에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지면을 빨리 떠나고 싶다면 밀지 말고 튕겨라!

케이던스를 필요 이상으로 증가시킬 경우 GCT는 그대로이고 체공시간만 줄어든다. 실제로 착지가 간결해진 것은 케이던스를 바꾸지 않고 탄성을 살려 점핑에 집중한 방식이었다. 그렇다고 빨리 떠나려는 의도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케이던스 150 안팎으로 달리는 것이 편하다고 말하는 러너에게 교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렇게 낮은 케이던스에서는 접지가 늘어지기 때문이다. 호핑 동작(두 발로 "콩! 콩!" 뛰어오르는 동작)을 적정 속도보다 느리게 할 경우 몸은 스프링처럼 움직이지 않게 된다[2]. 착지 과정에서 저장한 탄성에너지를 제대로 방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지나치게 낮은 케이던스로 달리면 접지가 늘어져 탄성을 활용하지 못한다. 결국 속도를 내기 위해 땅을 강하게 밀고 다리를 크게 휘둘러야 하며, 달리기의 리듬을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발을 서둘러 걷어 올리지 않아도 땅에 머무는 시간은 줄일 수 있다. 땅을 꾹 누르고 뒤로 밀어 앞으로 나아가면 미는 시간만큼 발이 땅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땅을 미는 동작에서는 근육이 스스로 짧아지며 힘을 만들어야 하므로, 착지에서 늘어난 건에 저장된 에너지를 쓰지 못하고 낼 수 있는 힘도 작아진다[3]. 반대로 미는 동작 없이 착지에서 건에 저장한 에너지를 곧바로 되돌려 받으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고[3], 미는 시간이 빠진 만큼 발은 땅을 일찍 떠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발을 빨리 떼라는 조언과 땅을 밀지 말라는 조언은 같은 뜻이다.

밀지 말라는 조언이 근육을 쓰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근육은 착지 중 길이를 지키며 버텨 건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해야 하는 것은 건이 제대로 늘어나지 못하여 탄성에너지를 저장하지 못한 채 도약에서 근육으로 땅을 뒤로 차 올리는 동작이다. 이 경우 미는 시간만큼 땅에 오래 머물러 GCT가 늘어나고, 지면을 강하게 밀수록 몸이 위아래로 크게 들썩여 VO도 커진다. GCT가 줄면서 VO가 커진 점핑에 집중한 방식과 달리, 이때의 VO는 착지에서 저장한 탄성에너지가 되돌아와 만든 높이가 아니라 근육이 땅을 밀어 새로 만든 높이다. 이렇게 늘어난 VO는 탄성을 활용하지 못한 만큼 근육이 대신 일한 낭비다.

빨리 떠나려 한 결과는 케이던스, GCT, VO에 나타난다

자신의 달리기가 어느 쪽인지는 시계에 남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같은 페이스로 달린 기록끼리 놓고 케이던스, GCT, 체공시간, VO를 함께 보면 세 가지 경우가 갈린다. 케이던스가 증가했지만 GCT가 그대로이고 체공시간이 줄었다면 걸음을 잘게 끊어 다음 착지만 앞당긴 것이다. 케이던스는 비슷한데 GCT가 감소하고 그만큼 체공시간이 증가하였다면 탄성을 살려 튕겨 떠난 점핑의 결과이며, 이 경우 VO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VO와 함께 GCT도 늘었다면 근육으로 땅을 밀어 몸을 띄웠다고 볼 수 있다. 체공시간은 케이던스와 GCT를 체공시간 계산기에 넣으면 구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지표의 절대적인 값보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발을 빨리 떼라는 조언은 다리를 빨리 움직이라는 뜻이 아니라 탄성을 살리기 위해 간결하게 움직이라는 말이다. 착지에서 근육이 버티는 동안 늘어난 건은 도약에서 원래 길이로 돌아오며 몸을 앞과 위로 내보낸다. 도약의 순간 지면을 밀지 않고 그대로 튕겨 건의 탄성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때 발은 일찍 떠나고 몸은 더 높은 각도로 더 오래 공중에 머문다. 케이던스만 끌어올려 걸음을 잘게 끊는 것도, 땅을 밀어 몸을 띄우는 것도 이 탄성에너지를 살리지 못한다.

이 차이는 발이 땅을 떠난 뒤에도 이어진다. 지면을 뒤로 밀고 떠난 다리는 몸 뒤로 긴 궤적을 그리며 돌아와야 하지만, 탄성을 활용해 튕겨 떠난 다리는 더 간결한 궤적을 그리고, 늘어난 체공시간만큼 돌아올 여유도 갖는다. 지면을 떠나는 방식은 이렇게 공중에서 다리가 돌아오는 방식까지 바꾼다. 다음 글은 도약 후 다리가 공중에서 어떻게 돌아오는지를 살펴본다.

관련하여 읽을 글 지면접촉시간과 체공시간 · 폼 실험 · 적정 케이던스 읽는 법 · 수직진폭 읽는 법 · 러닝 강성 뜻과 해석하는 법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