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케이던스는 몇일까? 러닝 케이던스 180보다 먼저 봐야 할 내 페이스

이지런을 마치고 가민 화면을 넘기다 보면 케이던스 173spm 같은 숫자가 나온다. 케이던스(spm)는 1분에 몇 걸음을 딛는지 센 값이다. 이 숫자를 처음 눈여겨보기 시작한 러너가 가장 먼저 만나는 기준이 180이고, 그래서 173은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 다음 러닝에서는 발을 조금 더 자주 디뎌 보게 된다.
그런데 180에 맞추고 나면 끝인지, 애초에 180이 나한테 맞는 숫자인지, 숫자가 올라갔으면 달리기도 좋아진 건지 시계는 말해 주지 않는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180이 정답이라는 글과 사람마다 다르다는 글이 나란히 나온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래서 내 173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적정 케이던스는 몇이고, 지금 내 케이던스가 높은지 낮은지는 무엇으로 판단할까? 적정 케이던스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페이스에 따라 움직이는 범위다. 같은 사람이라도 천천히 뛸 때와 빠르게 뛸 때 케이던스는 20spm 넘게 차이 나고, 180은 그 범위 가운데 어딘가를 지나가는 숫자에 가깝다.
한 번 달리는 동안 케이던스는 170대에서 200까지 움직였다
9월 30일 트랙에서 400m를 스무 번 뛰었다. 처음 열 번은 3:41로 시작해 한 번 뛸 때마다 조금씩 늦춰 5:58까지 내려왔고, 나머지 열 번은 5:52에서 다시 조금씩 올려 3:32로 끝냈다. 같은 날, 같은 신발, 같은 트랙이었으니 날씨나 장비 때문에 숫자가 달라질 여지를 빼고 페이스만 바뀐 기록이다.

케이던스는 달린 시간과 상관없이 페이스를 그대로 따라갔다. 워밍업에서 170대 중후반이던 숫자가 3:41에서는 195 근처였고, 페이스를 늦출수록 한 계단씩 내려와 6분 가까이에서는 183까지 떨어졌다. 다시 페이스를 올리자 이번에는 같은 길을 거꾸로 올라가 마지막 3:32에서는 200을 넘었다. 다른 날 기록을 모아 봐도 같은 범위였다. 7분대 조깅에서는 170대 중반, 4분대 인터벌에서는 190 안팎이다. 그러니 6분대 조깅에서 나온 173과 4분대 인터벌에서 나온 173은 같은 숫자라도 뜻이 전혀 다르고, 케이던스는 같은 페이스끼리 놓고 봐야 비교가 된다.
이 범위가 나만 유난히 넓은 것도 아니다. 100km 세계선수권에 나온 엘리트 러너 스무 명을 레이스 내내 추적한 연구에서 평균 케이던스는 182spm이었지만, 개인별로는 155에서 203까지 퍼져 있었다. 레이스 중에 케이던스를 바꾼 것은 속도뿐이었고, 키가 큰 선수일수록 케이던스가 낮았다[1]. 세계 수준의 선수들도 케이던스는 각자의 키와 그때의 속도에 따라 달랐다.
180은 올림픽 레이스에서 센 숫자다
180이라는 기준은 코치 잭 대니얼스가 1984년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걸음 수를 세어 본 데서 나왔다. 800m부터 마라톤까지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1분에 180걸음 아래로 달린 선수는 한 명뿐이었고, 그래서 그는 180을 목표로 삼으라고 썼다[2]. 이 한 줄이 책과 잡지를 거쳐 지금은 시계 화면 옆에 붙어 다니는 숫자가 됐다.
그런데 그 관찰은 레이스 속도에서 나왔다. 올림픽 결승의 마라톤은 1km를 3분 안팎에 달리는 속도이고, 대니얼스의 기록 안에서도 800m 선수들은 200걸음을 훌쩍 넘겼다[2]. 앞 절의 그림처럼 케이던스가 페이스를 따라 움직인다면, 레이스 속도에서 센 180을 6분대 조깅에 그대로 가져와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연구에서는 180 같은 절대값을 쓰지 않는다. 기준은 각자가 평소에 고르는 케이던스다. 이지 페이스에서 초보 러너와 훈련된 러너를 비교한 연구에서 두 집단 모두 스스로 고른 케이던스가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드는 지점보다 낮았는데, 초보는 약 8%, 훈련된 러너는 약 3% 낮았다[3]. 참가자들의 최적 지점도 180에 못 미치는 170 안팎이었다. 경험이 쌓일수록 몸이 알아서 최적에 가까운 리듬을 고르고, 조정이 필요하더라도 그 폭은 자기 숫자의 몇 퍼센트 수준이다. 케이던스를 바꿔 몸의 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본 연구들도 자기 케이던스의 5~10%를 조정 폭으로 쓴다[4].
케이던스가 낮으면 관절이 더 받아내고, 올리면 덜 받아낸다
같은 페이스에서 케이던스가 낮다는 것은 한 걸음이 길다는 뜻이다. 1분에 가는 거리는 같은데 걸음 수가 적으니 보폭이 그만큼 길어지고, 보폭이 길어지는 만큼 착지할 때 몸이 받는 제동과 충격도 커진다. 러너 45명에게 평소 케이던스보다 10% 낮춰 달리게 한 연구에서는 고관절과 무릎, 발목 세 관절 모두 착지 때 흡수해야 하는 에너지가 뚜렷하게 늘었다[4]. 같은 페이스에서 평소보다 케이던스가 처졌다면, 걸음마다 관절이 조금씩 더 받아내고 있을 수 있다.

반대로 5~10%를 올리면 보폭이 짧아진다. 같은 연구에서 무릎이 흡수하는 에너지와 제동, 몸의 상하 움직임이 함께 줄었고, 10%를 올리자 고관절이 받는 부담도 줄었다[4]. 연구진도 이 정도의 조정이 부상 예방과 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4].
그렇다고 올릴수록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앞 절의 연구는 케이던스를 자기 숫자의 ±18% 범위에서 일곱 단계로 바꿔 가며 산소 소비를 쟀는데,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드는 지점이 있었고 그보다 더 올리면 소비가 다시 늘었다[3]. 걸음이 잘아지는 만큼 걸음 수가 늘고, 다리를 당겨 오는 횟수도 그만큼 늘기 때문으로 보인다. 끝없이 올릴 숫자는 아니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최적 지점은 대개 지금 고르는 숫자보다 위에 있다. 몸이 억지스럽다고 느끼지 않는 범위라면 높은 쪽이 낫다.
케이던스 숫자만 올리면 걸음이 짧아질 뿐, 발이 땅에 머무는 시간은 그대로였다
케이던스를 올리면 관절이 받는 부담이 줄어드는 것과 별개로, 폼까지 좋아진다는 말에는 발이 땅에 붙어 있는 시간이 짧아져 더 가볍게 튕겨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시계는 이 시간을 지면접촉시간(Ground Contact Time, GCT)이라는 이름으로 보여 준다. 발이 땅에 닿은 순간부터 떨어지는 순간까지 걸린 시간으로, 1000분의 1초 단위로 찍힌다.
내 기록에서는 케이던스만 올렸을 때 몸의 오르내림은 줄었지만 발이 땅에 머무는 시간은 거의 줄지 않았다. 8월 24일, 6분대 페이스에서 달리는 방식은 그대로 둔 채 약 9spm을 올려 봤다. 한 걸음에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폭인 수직진폭(Vertical Oscillation, VO)은 9mm 넘게 줄었지만 GCT는 0.5ms 줄었을 뿐이다. 숫자는 180 쪽으로 갔지만 발이 땅을 떠나는 방식은 그대로였다. VO가 줄어든 것도 단순히 걸음이 짧아진 결과라 그 자체로 좋아진 신호는 아니다(수직진폭 읽는 법). 반대로 다른 날 케이던스를 170대 중반에 묶어 둔 채 달리는 방식만 바꾸자 GCT가 11.9ms 달라졌다. 두 실험은 각각 따로 정리해 두었다(케이던스 실험, 주법 실험).
손목에서 내 케이던스를 읽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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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페이스끼리 비교한다. 가민 커넥트는 러닝마다 평균 케이던스 하나를 보여 주는데, 페이스가 다른 날의 평균을 나란히 놓으면 페이스 차이가 케이던스 차이로 읽힌다. 비교는 지난주 6분대 조깅과 이번 주 6분대 조깅처럼 페이스를 맞춘 기록끼리 한다. 자기 페이스별 범위를 한 번 알아 두면, 그다음부터는 그 범위에서 벗어났는지만 보면 된다. 범위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래 그림처럼 일정한 거리마다 페이스를 조금씩 올리며 한 번 달려 보는 것이다. 가민 커넥트의 차트에서 페이스와 케이던스를 나란히 보면 내 페이스별 숫자가 그대로 나온다.

9월 29일 트랙 빌드업을 가민 커넥트 앱 차트 탭에서 본 것. 위는 랩 평균 페이스, 아래는 케이던스다. 페이스가 계단처럼 오를 때마다 케이던스도 따라 올랐다. -
그 페이스에서 걸음이 억지스럽지 않은지 본다. 숫자를 맞추려고 발을 잘게 끊고 있다면 숫자가 올라가도 8월 24일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 리듬이 자연스러운 범위 안에서만 숫자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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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던스를 올려 봤다면 같은 페이스에서 GCT와 심박이 어떻게 따라왔는지 본다. GCT가 함께 줄었다면 움직임이 바뀐 것이고, GCT는 그대로인데 심박만 올랐다면 숫자만 바뀐 것이다. 시계에 GCT가 보이지 않는다면 같은 페이스에서 심박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만 봐도 된다. 180 절에서 본 연구에서도 산소 소비로 찾은 최적 케이던스와 심박으로 찾은 최적 케이던스가 다르지 않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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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 보고 싶다면 기준은 지금 숫자의 5% 안팎이다. 6분대 178이면 187 정도이고, 그 이상은 연구들이 조정 폭으로 쓰는 10%를 넘어간다. 180이라는 숫자를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다. 다만 2단계에서 억지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내 범위 안에서는 높은 쪽을 고르는 편이 낫고,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면 올려 볼 여지가 더 크다. 같은 연구는 초보 러너가 최적보다 8%가량 낮은 케이던스로 달린다고 보고하였다[3]. 처음에는 가민 워치의 메트로놈 기능에 목표 박자를 걸어 두고 몇 분씩 맞춰 달려 보면 감을 잡기 쉽다.
밝힌 것 하나와 남은 질문
이 글에서 확인한 것은 하나다. 케이던스는 페이스를 따라 움직이는 범위로 봐야 하고, 그 범위 안에서 숫자를 올리는 일과 움직임이 좋아지는 일은 따로 봐야 한다는 것. 그 눈으로 도입의 173을 다시 보면, 6분 17초쯤으로 달린 이지런에서 나온 숫자다. 내 6분대 범위가 170대 후반이니 평소보다 조금 낮게 찍힌 날이고, 그런 날은 숫자를 올리기 전에 같은 페이스에서 심박이 평소와 달랐는지부터 본다.
남은 질문은 그림으로 돌아간다. 9월 30일에 같은 페이스를 앞 절반과 뒤 절반에서 한 번씩 뛰었는데, 뒤에 뛴 쪽은 케이던스가 거의 매번 더 높았고 몸의 오르내림은 더 작았다. 4분대에서는 4~5spm 높았고, 6분에 가까워질수록 그 차이는 사라졌다. 내가 골라서 올린 케이던스와 튀어 오르는 힘이 줄어 저절로 올라간 케이던스는 숫자가 같아도 같은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30km를 같은 페이스로 끌고 간 날에는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케이던스가 줄고 보폭이 늘었다(러닝 후반의 케이던스와 보폭). 같은 페이스를 뒤에서 다시 달렸는데, 왜 어떤 날은 걸음이 잦아지고 어떤 날은 걸음이 길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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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민 러닝 다이나믹스 해설 · 케이던스 실험 · 주법 실험 · 수직진폭 읽는 법
References
- [1] 100km 세계선수권 엘리트 러너 20명의 케이던스를 레이스 내내 추적해 속도·키와의 관계를 확인한 연구(2018) — https://pubmed.ncbi.nlm.nih.gov/30543498/
- [2] 1984년 올림픽 800m~마라톤 선수들의 걸음 수를 세어 180을 제안한 코칭 서적(Daniels' Running Formula) — https://us.humankinetics.com/products/daniels-running-formula-4th-edition
- [3] 초보 러너와 훈련된 러너가 스스로 고른 케이던스와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드는 케이던스를 비교하고, 심박으로도 최적 케이던스를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한 연구(2013) — https://pubmed.ncbi.nlm.nih.gov/23581294/
- [4] 케이던스를 자기 케이던스보다 5~10% 올리거나 10% 낮췄을 때 관절 부하·제동·상하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한 연구(2011)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0229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