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던스는 줄고 보폭은 늘었다, 러닝 후반 페이스만 보면 괜찮을까?
러닝 후반에 페이스는 그대로인데 케이던스가 떨어지고 있다면, 몸은 이미 그 빈자리를 다른 무언가로 메우고 있을 수 있다. 페이스가 무너진 30km 트랙 러닝과 끝까지 무너지지 않은 빠른 조깅 두 번의 기록을 Stryd Footpath 발 궤적으로 비교해 보니, 세 기록 모두 케이던스가 줄어드는 동안 발이 더 뒤에서 땅을 떠나며 보폭을 늘려 페이스를 지키고 있었다. 갈린 것은 그 위에 다리를 앞으로 드는 힘이 남아 있었느냐였다. 무너진 날에는 페이스가 아직 멀쩡하던 14km부터 그 힘이 먼저 빠져 있었고, 뒤에서 밀던 보상마저 힘을 잃자 페이스가 무너졌다.
무너지기 전까지 몸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마라톤은 42.195km지만 진짜 레이스는 30km부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후반에 쌓인 피로로 급격히 무너지는 일이 흔하다는 뜻이고, 지난 2월 교토 마라톤의 나도 그랬다. 초반부터 이어진 긴 오르막을 몸이 버텨 내지 못했고, 뒤따르는 내리막에서는 오르막에서 잃은 시간을 되찾으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내려갔다. 그 대가로 너무 이른 시점에 무너졌다. 한쪽에서 잃은 것을 다른 쪽에서 메우려 한 것이었으니, 그날의 보상은 레이스 운영 차원에서 일어난 셈이다.
레이스를 복기하다가 그 보상이 몸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가 무너진 순간은 기록에 선명하게 남는다. 그런데 무너지기 전에도 몸은 이미 힘들었을 것이고, 그 사이 무언가를 바꿔 가며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그 버티는 방식은 페이스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페이스가 유지되는 동안은 겉으로 아무 일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다리를 들어 올려 뛰어올랐다 착지하는 동작을 쉬지 않고 반복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몸이 지치면 가장 먼저 그 반복의 빈도를 보여주는 케이던스가 내려갈 것 같았다. 케이던스가 감소했는데도 러닝이 유지된다면, 몸은 그 빈자리를 다른 무언가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실제 보상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손목의 숫자뿐 아니라 실제 발의 움직임을 함께 봐야 한다.
그래서 두 가지 조건을 갖춘 기록을 찾았다. 보상이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실제로 페이스가 무너진 기록이어야 하고, 무너지기 전 구간에서 발이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 Stryd Duo는 Footpath라는 이름으로 발의 3차원 궤적을 기록하는데, 이 기록이 남아 있는 장거리 러닝 가운데 후반에 무너진 것이 2024년 10월 6일의 러닝이었다.

떨어진 케이던스를 보폭이 메우고 있었다
10월 6일의 러닝은 트랙에서 30km를 뛴 장거리 훈련이었다. 워밍업으로 첫 바퀴를 돈 뒤 4분 35초 안팎에서 출발해 8km 무렵까지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그 뒤 23km 부근까지는 4분 20초 안팎을 거의 그대로 지켰다. 거기서 힘이 빠져 멈췄고, 이후 페이스를 낮춰 나머지 거리를 채웠다.
무너지기 전 구간인 12km부터 23km까지의 지표는 아래와 같다. 케이던스와 보폭 외에 두 지표가 더 들어 있다. 지면접촉시간(Ground Contact Time, GCT)은 한 걸음에서 발이 땅에 붙어 있는 시간이고, 다리 강성(Leg Spring Stiffness, LSS)은 다리를 하나의 스프링으로 봤을 때 얼마나 단단하게 눌렸다 되돌아오는지를 나타낸 값이다.

14km부터 LSS와 케이던스가 함께 내려가기 시작해 17km까지 계속 낮아졌다[1]. 그런데도 페이스는 12km보다 약간 빨랐다. 케이던스와 보폭을 곱하면 속도가 되니(러닝 다이나믹스 지표를 정리한 글), 줄어든 케이던스만큼 보폭이 늘어 페이스를 받친 것이다.
여기까지 보고 처음에는 다리를 앞으로 더 뻗어 한 걸음을 길게 가져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Footpath를 통해 살펴본 실제 궤적에서 발은 앞으로 더 나가지 않았다. 아래 그림은 한 걸음 동안 발이 그린 궤적을 옆에서 본 것으로, 착지한 자리가 0이고 궤적 위의 점이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도약 지점이다. 12km 위에 이후 구간을 겹치면 앞쪽 끝은 되레 조금 줄어 있는데, 다리를 앞으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보폭이 늘 수 있었던 건 도약 지점이 뒤로 처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리를 덜 들어 올리는 만큼, 다리를 더 뒤에서 강하게 밀어내는 것으로 메우며 페이스를 지키고 있었던 셈이다.

다른 기록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는가
이 흐름이 10월 6일 하루의 우연이 아니라는 걸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케이던스와 LSS가 함께 낮아지는데도 페이스가 유지되고 Footpath가 남아 있는 기록을 더 찾았고, 2024년 1월 21일과 2025년 12월 9일이 여기에 해당했다. 30km를 4분 20초대로 끌고 간 10월 6일과 달리 두 날은 빠른 조깅을 한 날이었고, 페이스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세 기록 모두 뒤로 밀기 시작했다
1월 21일과 12월 9일의 기록도 같은 방식으로 비교했다. 기록마다 페이스가 안정된 구간의 시작을 기준으로 잡았고, 10월 6일은 멈추기 직전인 23km까지를 넣었다.

세 기록 모두 케이던스와 LSS가 내려가는 동안 보폭이 2~3cm 늘었고, 10월 6일의 23km를 빼면 페이스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빨라졌다. Footpath에서도 모양이 같다. 도약 지점이 뒤로 처져, 발이 땅에 붙어 있는 동안 몸이 더 멀리 지나가고 나서야 땅을 떠났다. 늘어난 보폭의 대부분은 그 처진 자리에서 밀어내며 만들어졌다. 줄어든 케이던스를 이렇게 메우는 보상은 10월 6일만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점은 무엇이 먼저 움직였느냐다. 1월 21일은 13km에서 LSS와 케이던스가 함께 한 번 내려갔다가 14km에 케이던스만 기준 가까이 돌아왔고, LSS는 낮은 채로 남았다. 16km부터는 지표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12월 9일은 케이던스가 12km에서 먼저 내려갔고, 13km에 도약 지점이 뒤로 처지기 시작했으며, LSS는 14km에 가서야 뚜렷하게 낮아졌다. 먼저 반응하는 지표는 기록마다 달랐지만 결국 도달한 조합은 같았다.


GCT는 언뜻 기록마다 달라 보인다. 1월 21일에는 4ms 넘게 늘었지만 12월 9일에는 거의 그대로였다. 그런데 12월 9일은 페이스가 3.5초 빨라진 날이다. 빨리 달리면 발이 땅에 머무는 시간은 짧아지는 게 보통이니, 페이스가 빨라졌는데도 GCT가 그대로였다는 건 실제로는 땅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쪽에 가깝다. 도약 지점이 뒤로 처진 만큼 발이 땅에 더 오래 남아 있었던 것은 세 기록이 같았다[2].
다른 날에는 다리를 드는 힘이 남아 있었다
1월 21일과 12월 9일은 비교 구간 끝까지 보상이 같은 방향으로 이어졌다. 케이던스와 LSS는 계속 내려가고 도약 지점은 계속 뒤로 처졌다. 그러는 동안 앞쪽 끝은 12월 9일에는 그대로, 1월 21일에는 조금 늘어 있었고, 발을 당겨 오는 속도도 두 기록 모두 떨어지지 않았다. 다리를 앞으로 드는 동작이 그대로인 채 처진 자리에서 밀어내는 것이 더해진 것이고, 그래서 늘어난 보폭이 그대로 페이스가 됐다.
10월 6일은 두 가지 차이점을 보였다. 첫째는 시작부터 달랐다는 점이다. 이날은 14km부터 이미 다리를 앞으로 드는 동작이 약해져 있었다. 다른 두 날짜의 기록을 보면 케이던스는 떨어졌지만 다리를 들어 올리는 정도는 변화 없이, 뒤로 처진 도약 지점에서 밀어내는 동작만 더해지며 보폭이 늘었다. 이날은 다리를 들어 올리지 못해 줄어든 몫까지 밀어내는 쪽에서 채워야 했다. 둘째는 17km에서 23km 사이에 그 보상마저 힘을 잃었다는 점이다. 발이 뒤로 처질 때까지 버텨 밀어낼 힘이 빠지면서 늘어나던 보폭이 도로 줄었고, 발을 당겨 오는 것까지 느려졌다. 케이던스는 계속 떨어지는데 그걸 메울 수단이 사라진 것이니, 페이스가 기준 아래로 내려갔고 그 후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며 멈추고 말았다.

보상의 방식은 세 기록 모두 같았다. 갈린 것은 그 위에 다리를 드는 힘이 얼마나 남아 있었느냐다. 다른 두 날은 그 힘이 남아 있어 보상이 끝까지 버텼고, 10월 6일은 그 힘이 먼저 빠진 상태에서 보상만으로 버티다 한계에 닿았다.
페이스는 가장 늦게 무너진다
도입의 생각으로 돌아가면 답은 나온 셈이다. 세 기록 모두 페이스가 유지되는 동안 케이던스와 LSS는 이미 내려가고 있었고, 발은 이미 뒤로 처진 자리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피로는 페이스에 닿기 훨씬 전부터 걸음의 모양을 바꾸고 있었고, 보상이 잘 작동하는 동안 페이스가 그 변화를 가려 주었다. 그러니 페이스가 알려 주는 것은 몸이 지치기 시작한 순간이 아니라 보상이 끝난 순간이다.
보상이 메우고 있던 것은 세 기록 모두 줄어든 케이던스였다. LSS가 함께 내려가거나 먼저 흔들린 날도 있었지만, 손목에서 볼 수 있는 숫자 가운데 피로를 가장 먼저 드러낸 것은 케이던스였다. 지치면 반복의 빈도부터 유지되지 않는다는 짐작은 맞았던 셈이다[3].
가민 워치만으로도 이 신호는 볼 수 있다. 같은 러닝 후반에 페이스는 그대로인데 케이던스가 내려가고 보폭이 늘고 있다면, 몸은 이미 보상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교 대상은 다른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같은 러닝 안의 앞 구간이다. 다만 가민만으로는 그 보상이 어떤 형태인지까지는 알 수 없다. 다리를 드는 힘을 유지한 채 더해진 보상인지, 드는 힘이 빠진 자리를 메우는 보상인지를 보려면 발의 궤적을 기록하는 센서가 필요하다.
10월 6일의 갈림은 14km, 페이스가 아직 4분 20초 안팎을 지키고 있던 때였다. 다리를 드는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을 손목의 숫자만으로 알아챌 수 있을까.
이 글의 기록은 Garmin 워치와 Stryd Duo로 측정했고, 발 궤적은 Stryd Footpath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그렸다.
References
- [1] 지칠 때까지 같은 속도로 달리는 동안 다리 강성이 낮아지고, 그 변화가 지면접촉시간 증가와 함께 움직임을 확인한 연구(2011) — https://doi.org/10.1249/MSS.0b013e3181fb3793
- [2] 지칠 때까지 달리는 동안 다리 강성 감소가 지면접촉시간·보폭 증가와 강하게 연결됨을 확인한 연구(2014) — https://doi.org/10.1080/17461391.2013.876102
- [3] 실제 마라톤 8km와 40km를 비교해 케이던스는 줄고 보폭과 지면접촉시간은 늘었음을 확인한 연구(2012)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737836/